엄마의 비가(이태원의 푸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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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비가(이태원의 푸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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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큐스 미, 마이 하우스, 프리걸,

 

60년대 후반의 이태원과 삼각지, 한남동 일대에서는 어떻게 어설픈 영어가 한국여자들의 입에서 참 슬프게도 흘러나왔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인을 닮으려 애쓰는 여자들, 돈 많은 미국인을 유혹하려 하얀 속살을 드러내 놓고 거리 곳곳으로 숨어 다니는 여자들, 나는 그들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지섭이 죽은 후, 나의 우울증은 더욱 심각해져 갔다. 스물 한 살, 막 성인식을 끝낸 나에게 다가오는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장래가 촉망되던 한 남자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새파란 젊은 남자를 잡아먹었다고 손가락질 까지 당했다. 내 안에서도 지섭을 죽였다는 자책의 목소리가 끝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넌, 지섭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었어. 그를 단념해야 했어, 네가 괴로우니까 그렇게 못했던 거야, 넌 나쁜 년이야,’ 누군가 내 귓속을 쩌렁쩌렁 우리듯 목소리를 높인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리는 환청에 괴로웠다. 거리의 사람들까지 나를 향해 ‘살인자’ 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자 그래서 여기를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