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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 나무그늘

홍콩을 떠나며

로뎀 0 157

며칠이 지났을까, 영업이 끝날 무렵 그는 나를 찾아왔다. 하룻밤 외박표를 끊었으니 함께 호텔로 가자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외박을 할수 없는 것도 그분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분은 표정없이 호텔로 가자고 하면서 내 손을 잡는다. 옆에 있던 웨이터 도 같이 가라고 눈짖을 한다. 처음에 는 몰랐는데, 그가 강하게 나를 밀어붙이니, 직감적으로 그가 탈출극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다린 클럽은 경비가 심해서 호텔 입구까지 담당 웨이터나 감시반이 따라붙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그는 호텔 로비를 지나 객실 복도에 이르자, 황급히 내 손목을 끌어 당겼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호텔 후문에는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택시는 공항으로 전 속력을 내어 달렸다. 그는 차안에서 내게 여권을 건네주면서 비록 전문브로커가 만든 것이지만 홍콩은 영국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영국으로 가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마약 중독자의 몸으로 더 이상  헤어날 수 없는 구렁에서 빠져 나오게 한 한줄기 생명의 빛이었다.

 

 하지만 공항을 가는 동안,금방이라도 지배인 일행이 뒤쫓아 올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클럽에서 는 도망가다가 잡히면, 꼬추가루 고문가 물고문으로 고통을 받게 한다. 고추가루 고문을 받으면 정신적인 장애자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그들은 뒤쫓아오지 않았다. 내가 탈출한 것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두 사람은 서둘러 비행기 에 올라탔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하고 나서도 뛰는 가슴을 안정 할수가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그는 내가 홍콩을 탈출하는 것만이 나를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 동안 비공식적으로 서류 준비를 하느라고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미리 내게 귀뜸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무말 없이 빙긋 웃고만 있는 얼굴속에서 나는 자유와 생명의 귀중함을 발겨했다. 구속과 억압 속에서 해방된 그 기쁨은 평생을 간직해 온 나의 재산이기도 했다. 그분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우선 침착하기로 했다.

 

비행기는 하늘로 하늘로 마음껏 나르고 홍콩을 뒤로 하고 창문에 빗추인 햋살은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몇 달 전에 구룡반도에 도착했을 적에는 저녁이었는데, 떠나는 지금은 밝은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것이다. "이젠. 잘 될 거야 암, 잘 되고말구...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다. 솜이불 같은 그의 어께에 기대서 오랫만에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모든 여자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바램을 알고 있다. 그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바램이며, 동시에 본능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특히 나 같은 여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손꼽으라고 하면, 여자로서 아름다운 생을 꾸려 보고 싶다는 ,욕망" 이라고 답하고 싶다. 보통사람 들에게 평범한 행복일지 몰라도 나에게, 바랠수 도 없는 꿈같은 이야기다. 한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받으면 일평생을 살아간다는 그 행복이 나에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이 험하고 힘든 세계를 걸어가고 있는지 도 모른다. 장애자 인 나로서 평범한 행복, 엄마로서 한남자의 아내로 살고 싶은 것이 이렇게 어렇게 어려운 일인지 살아가면서 깨닳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나 텔레비전이의 드라마 를 즐기지 않는다. 왜냐 하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는 가정이 있고, 연인이 나오고, 그들이 갈등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엔 그것은 지극히 사치스럽고 짜증스럽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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